요즘 사람들은 디지털을 선호한다. DVD,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우리 생활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뿐만 아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디지털의 절대적인 매력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삶을 그야말로 디지털화하고 있는 중이다. 디지털에 대
한 신망이 얼마나 높으면 각종 제품명이나 상호명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의 학과명까지도 디지털이
최고의 가치로 선택되어 사용된다. 이에 비해 아날로그는 어떤가? 혹시 낡고 쓸모 없는 가치를 대신
하는, 그런 대명사쯤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디지털과 아날로그란 과연 무엇일까. 쉽게 이해 가지 않는다면 주머니 속에서 동전을 꺼내
보자. 그리고 동전을 던져 보라. 결과는 뻔하다. 확률의 법칙에 맞춰 동전은 앞면과 뒷면을 보여준다.
디지털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동전의 앞면 혹은 뒷면의 가치. 다시 말해 동전의 앞면을 ‘1’, 뒷면을
‘0’이라고 한다면, 이것 이외에 애매모호한 값이 존재할 수 없다.
디지털의 장점은 데이터를 수치화해서 왜곡이 없고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
문에 대다수 전자기기들은 디지털화되면서 보다 정교해지고 아날로그에선 구현되지 못한 다양한 기
능을 부여받게 되었다.
이에 비해 아날로그는 마치 타자가 공을 멀리 쳤을 때의 공의 이동 모습처럼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
리량을 표현한다. 따라서 디지털에 비해 왜곡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아날로그는 사람
들의 머릿속에서 낮은 인식을 차지해왔다.
여기서 질문 하나,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디지털이 과연 만능일까? 나의 대답은 ‘No’다. 알아둘 점
은 현대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는 디지털의 원천은 다름 아닌 아날로그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는 사실이다. 일례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찍을 때, 사진을 잘 찍기 위해 가장 염두에 둘 점
은 얼마만큼 비싼 디지털 기기를 갖추고 있느냐가 아닌 촬영자가 사진과 세상에 대해서 얼마만큼 이
해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다시 말해 좋은 사진을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바로 촬영자의 장비
가 얼마나 디지털화됐느냐 보다는 사진을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의 유연한 사고란 말이다. 우리는 디지털 세상의 화려한 면만 바라본 결과 디지털을 이끄는 원초
적인 힘이 아날로그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디지털을 이끄는 힘, 그것은 세상과 사물의 관계에 대
해 진지하게 고찰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사고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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